죽음 극복 위한 노력 200여년간 이어져

좀비(zombie)는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있는 단어다.

원래는 서인도 제도 아이티 섬의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살아 있는 시체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 변형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숙식이나 컨디션에 지장이 있어 비실거리며 다니는 사람’, ‘슈팅 게임에서 분명히 총으로 맞췄는데 캐릭터가 살아있는 유저’, ’온라인 게임에서 시스템이나 서버의 오류로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는 몬스터’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 1803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지오바니 알디니를 통해 시작된 사체를 되살려내기 위한 노력이 21세기 들어 심장마비로 죽었다 살아난 환자들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여년간 이어진 사체를 되살려내기 위한 노력이 지금 심장마비로 죽었다 살아난 환자들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은 1968년 좀비를 주제로 성공을 거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의 한 장면./ScienceTimes
 

19세기 초, 전기 충격으로 시체 움직여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도 다수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미국 케이블TV 채널 AMC에서 제작한 ‘피어 더 워킹 데드 (Fear the Walking Dead)’는  2일부터 시즌5를 방영한다.

세상의 종말을 맞이해 걸어 다니는 시체들이 조용히 묻혀 있는 것을 거부하고, 다시 살아서 움직이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을 잡아먹고 있다는 내용인데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그동안 과학자들은 죽은 시체를 다시 살려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왔다.

200여 년 전에 살았던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지오바니 알디니(Giovanni Aldini)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1803년 런던에서 처형당한 사형수의 시체에 전기 충격을 가해 다시 살려내려는 실험을 공개적으로 시도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전기 작용에 심취했던 그는 훼손된 시체에 배터리를 연결한 후 강한 전기 충격을 주어 시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데 성공했다.

시체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던 대중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틀림없다.

알디니가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시체를 다시 움직이게 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그가 사망한 이후에도 유사한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시체를 살려내려는 또 다른 시도가 있었던 것은 1930년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의 생물학자인 로버트 코니시(Robert E. Cornish)였는데 그는 혈액응고방지제와 스테로이드가 혼합된 액체를 시체에 주입했다. 그리고 시체 안에서 피가 다시 흐르게 해 시체가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사람 시체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듣고 형무소에서 사형을 기다리고 있던 토마스 맥모니글(Thomas McMonigle)란 사람이 그 실험에 자원 응모했지만 캘리포니아 주 당국에서 이를 금지시켰다.

바이오쿼크, 뇌사자 회복 위한 임상실험

최근 들어서도 유사한 시도가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예일 대학 과학자들은 죽은 돼지의 뇌를 되살려내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4월에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연구결과를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죽은 지 4시간 지난 돼지 32마리에게서 뇌를 분리해 그 안에 혈액을 모방한 특수용액과 산소를 주입했는데 수 시간 후 뇌 속의 일부 신경세포와 교세포, 혈관 세포 등의 기능을 회복됐다는 내용이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과학계는 이전까지 죽은 뇌세포를 다시 살려낼 수 없는 것으로 여겼지만 실험을 통해 뇌세포에도 회복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놀라움을 표명했다.

의문도 제기됐다. 세포 활동이 다시 재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돼지의 뇌가 다시 의식을 회복했는지에 대해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다른 한편에서는 죽음의 정의를 놓고 또 다른 윤리적 논란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8년 전 발생한 일시적으로 죽었던 사람을 다시 살려낸 사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파퓰러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햄프셔 주에 살고 있던 당시 46세의 여인 켈리 드위어(Kelly Dwyer) 씨는 2011년 혼자 하이킹을 하고 있던 중 발을 헛디뎌 연못에 빠져버렸다.

뒤늦게 구급차가 와 그녀를 건져냈지만 체온이 섭씨 15도까지 내려가 있었다. 의료진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녀를 다시 살려내려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시체와 같은 상태가 5시간 동안 이어졌다.

의료진은 그녀에게 연결된 생명유지 장치를 멈추었다. 그런데 그녀의 심장이 자연스럽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 놀란 의료진은 생명유지 장치를 다시 가동했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좀비’가 아니었다. 뇌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과정을 통해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2주일을 보낸 후 건강한 상태로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드위어 씨와 비교해 죽어있었던 시간이 매우 짧지만 심장마비로 인해 수분 동안 죽었다 자연스럽게 살아난 사람들의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과학자들은 성경에서 죽은 지 3일 만에 다시 살아난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 라자로란 사람의 이름을 적용, ‘라자로 현상(Lazarus phenomenon)’이라 칭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을 보면 켈리 드위어처럼 모두 건강한 것이 아니다. 다수가 뇌 기능 상실을 호소하고 있으며, 수명 역시 길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라자로 현상’으로 다시 살아난 사람 중 건강이 확인된 사람은 35%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에서는 죽음에 이르렀다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건강한 상태로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미국 필라델피아의 의료 벤처회사인 바이오쿼크(Bioquark)는 2017년 말 이후 지금까지 의학적으로 뇌사 상태에 머물고 있는 2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뇌 기능을 되살려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19년 7월까지 실험을 진행한 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 특히 의료계에서 큰 기대를 걸고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생명을 놓고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다는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의학 전문 ‘크리티컬 케어(Critical Care)’ 지에 따르면 ‘죽음을 극복해 시체를 좀비로 만들려는 이런 노력’에 대해 큰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이메일이 쇄도하고 있는 중이다./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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