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만 같아라’

무더위를 넘겼으나 낮에는 덥다. 그래도 추석이 지나니 제법 가을 기분이 든다. 연휴기간 방송에선 연일 귀성객·도로 정체 등 귀향과 귀가 소식을 전했다. 손에 손에 선물을 든 모습들도 보였다. 귀향객의 향수어린 이야기와 귀가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매년 우리네 삶의 한 풍습이 된지 오래다.

즐겁고 정감어린 추석 보내기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2월 설을 보내고 몇몇 작가들을 만난 일이 있었다. 한 여성 시인이 “저의 친정 아버님이 서해고속도로에 근무하시는데 설 연휴 끝나고 몸살이 나셨다”고 한다. 내용은 고속도로 주변에 던져진 쓰레기의 양이 많아 3-4일 수거 작업에 힘이 들었단다. 인테넷을 검색해보니 영동고속도로변에는 냉장고, 쇼파는 물론 쉰 김치도 버려졌다고 한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경우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태에 따라 과태료가 100만원까지 부과 될 수 있다고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행락철, 명절 전후에는 평소 쓰레기 투기의 2.8배(1일 평균 48t 정도)까지 증가하고 분리 투기가 아니라서 직원들이 분리 하느라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낭비된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연휴시 고속도로변 쓰레기 발생량은 1460t이 넘으며 4억 5230만원 정도의 처리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경악할 일은 쌀, 콩 등 곡식 자루와 감자, 고구마, 심지어는 고기, 전 등 음식물까지 통째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환경부는 올 추석 연휴기간 중 쓰레기 투기시 계도 없이 과태료 처분을 한다고 밝혔으나 쓰레기 투기는 여전했다.

고향에서 자녀들을 생각하며 부모님의 손맛이 담긴 먹거리들이 고속도로변에 나뒹구는 현실이 됐다. 가져가지 않으려면 애초에 받지 말던가, 받았으면 이웃과 나눠먹던가 해야지 귀찮다고 버리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기는 1회용 먹거리와 fast food에 적응된 현대인들에게 시골의 먹거리가 입에 맞지 않기도 하겠지만 먹거리를 소중하게 여긴 조상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가 됐다. 그 여성 작가님의 아버님은 가끔 감자, 고구마 자루를 들고 와 음식을 해드신다고 하며, 아끼지 않고 함부로 먹거리를 대하는 모습에 걱정을 하신단다.

지난해 7월 5100t정도의 쓰레기를 필리핀에 수출하고 되가져오는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수출을 한 회사만 욕할 것인가? 그런 쓰레기를 양산한 우리 모두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필자가 사는 아파트도 가끔 음식물 쓰레기 통에 포장도 뜯지 않은 족발, 치킨 등을 볼 때가 있다. 도대체 왜 버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왔는데 잊고 먹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다.먹거리의 소중함을 잊었기 때문이다.

쓰레기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어느 소식통은 태평양에 한반도 넓이의 7배에 달하는 쓰레기더미들이 떠 다니고 있고, 그 대부분이 비닐과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생태계에 악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한 일이다. 뿐만아니라 에베레스트 산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네팔 당국은 6주간에 2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여 11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한다. 또한 입산한 사람들은 하산시 1인당 8kg의 쓰레게 수거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쓰레기에 의한 생태계의 오염은 결국 그 쓰레기를 버린 우리 자신에게 화를 미치게 된다.

즐거운 추석을 보내고 귀가 하는 길, 부모님이 싸 주신 그 먹거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웃과 나누는 인정 넘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공자는 논어에서 “己所不欲 勿施於人(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라고 했다. 맹자는 오상(五常) - “父慈子孝 君義臣忠 夫和婦順 兄友弟恭 朋友輔仁然後 方可謂之人矣(부모의 자식 사랑, 자식의 부모 효도, 임금은 신하에게 의리를,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 남편은 가족 화합,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 형의 동생 사랑, 동생의 형 공경, 친구와의 인(仁)을 도와준 뒤에야 비로소 사람이라)”-을 알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경사진 고속도로변에서 무단 투기된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는 분들 대신 쓰레기를 수거하기 싫으면 쓰레기 무단 투기를 하지 말고, 특히 먹거리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깨끗한 환경을 가꾸어 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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