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숙 시인-

▲ 홍인숙 시인

      별이 아름다운 것은

한 시절 가까운 옛 이야기가 있어
아버지,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요
곁에 둔 이들은 모두가 별이 된단다
빛의 등불 켜들고 먼 길 기다려주지
그때에 비로소 화안한 빛이 걸리고, 얘야
캄캄할수록 별이 더 빛나는 건
곰살궂은 그 젖줄 거두지 못한 때문이란다

겨울 밤 아득아득 신열에 들뜰 때
별들이 까무룩 물결에 번지곤 했어요
아, 아, 아버지 강물이 험하게 출렁거려요
미끈덩 맨몸으로 나와 한평생 물살에 휩쓸렸어요
발판을 대지 못해 묶어둔 것 없어
홀로 대거리하던 난바다
요동치는 파도 속 뿔뿔이 눈 밝은 먹물만
아무도 찌르지 못할 환멸의 서사를 쓰곤 했지요

 

긴긴 밤 혼곤한 이마를 짚어주던
내 한 시절 기꺼운 옛 이야기가 있어
겨울날 밤길에도 홧홧 별들은 타올랐어요
얘야, 별이 아름다운 건
철새가 깃들일 방마다 불 밝힌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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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숙 시인 : 인천 부평 출생/ 대전대 일반대학원 문창과 수학/ 대전대·한국방송통신대 출강/ 계간 『시와 소금』 등단(2013)/ 동인 활동 「쑥과 마늘」/ 시집『딸꾹, 참고서』 출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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